측만증을 가지고 살고 있는 저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는 흉추 측만증을 가지고 있는 20대 청년입니다. 현재 저의 흉추는 오른쪽으로 13도가량 휘어진 상태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 겨울에 측만증 판정을 받았었고 이미 성장판은 닫히고 말랑말랑했던 뼈는 단단해져서 변화를 바라기에는 늦은 시기였습니다. 공식적으로 병원에서 측만증 판정을 받을 당시에 흉추가 틀어진 것뿐만 아니라 몸의 축도 살짝 돌아가고 골반의 좌우 높낮이도 달라져 온몸이 틀어진 상태였습니다. 원인은 불명이라 하셨고 저는 평소에 자세도 바른편이었고 운동도 좋아해서 활동량이 많았는데 저에게 측만증이 생겼다는 사실에 충격에 빠졌었습니다. 갑자기 후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하시면서 의사 선생님은 저는 휘어진 정도가 비교적 경미 한 편이라 흉추가 휘어지면서 갈비뼈가 장기를 누르진 않아 폐나 심장 쪽에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거라고 판단하고 수술까지는 추천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럼에도 제 몸의 틀어짐을 매 순간마다 느끼고 싶지 않아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고 대책이 필요했고 저의 일상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 병원, 헬스장 이곳저곳에서 치료법에 관해서 알아본결과, 측만증은 현실적으로 청소년이 아닌 이상 드라마틱한 변화를 바라기 어렵고 수술은 리스크가 너무 컸고 그저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가능성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확신의 단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평소 운동을 좋아했던 저는 어렸을 때 수영, 복싱 등 다양한 운동을 접했었고 병원이나 물리치료센터에서 교정치료를 받는 것보다 내가 내 몸을 연구해서 나 스스로 교정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여러 가지 스트레칭을 해보고 나름 고안해서 생각해 낸 새로운 동작을 내 몸에 적용시켜 보고 내 몸이 어떻게 움직여지는지 많은 시도를 했습니다. 어떠한 동작을 하든 바른 자세로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자세를 만들려 노력했고 걸음걸이는 앞쪽으로 쏠리는 자세가 아닌 뒤꿈치부터 발중간, 발끝 순으로 발을 내딛는 연습도 했습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집는 행위, 걷는 행위 앉는 동작, 가방을 어디 쪽으로 먼저 메는지, 바지를 입을 때 왼쪽 발부터 계속 먼저 넣지는 않는지, 가만히 있다가 앞으로 걸어갈 때 어느 발부터 나가는지 등등 거의 강박에 가깝게 몸의 대칭을 맞추려 하면서 정작 내가 해야 할 일에도 집중을 못할 정도에 이르러 한동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나 의심이 들면서 회의감에 빠져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측만증'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제 이야기를 할 뿐 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면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측만증을 가진 청년이 느낀 현실
우리 신체 특히 뼈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 중에 측만증을 가진 사람에게 그럼 반대쪽으로 힘줘서 다시 피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 측만증을 가진 사람들이 느끼는 몸의 감각은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다릅니다. 반대로 힘을 주려해도 마치 이미 휘어진 형상에 시멘트를 부어서 완전히 고정이 된 거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오히려 억지로 힘줘서 피려 하다간 관절 쪽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뼈와 뼈끼리 마찰이 심해지면서 문제가 생겨 더 크게 다칠 수도 있습니다.
의학기술이 많이 발전하였지만 아직 측만증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오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근육을 강화하고 몸을 더 잘 쓸 수 있게 관리하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릅니다.
초반에 저의 이야기를 할 때 제가 매순간순간마다 자세에 신경을 쓴다고 했었는데 그렇게까지 신경 쓰게 된 이유는 우리 몸은 톱니바퀴처럼 하나의 연결체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예를 들어 가장 보편적인 불균형으로 오른쪽 어깨에 전방활주가 있어서 왼쪽 어깨보다 가라앉은 상태라고 가정해 봅시다. 어깨가 한쪽으로 가라앉게 되면 몸의 중심도 그쪽으로 쏠리게 되고 걷는 폼도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한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우리의 몸에서는 중심이 오른쪽으로 쏠리게 된 것에 대한 보상작용이 일어납니다. 몸이 오른쪽으로 쏠렸으니깐 다른 부위로 이 중심을 잡으려 하고 그 결과 오른쪽 골반이 왼쪽보다 올라가게 되고 여기서 더 방치하게 되면 측만증 혹은 디스크, 협착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듯 우리의 몸 어딘가가 틀어지면 다른 쪽으로 보상하려는 현상이 발생하여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때문에 자신의 몸상태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줄 알고 발견 즉시 가능하다면 더 심해지기 전에 교정을 하여 측만증을 예방하기 바랍니다.
현재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측만증 판정을 받은 지 10년이 다돼 가고 있는 지금 현재 저는 평범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붙잡기 위해 열심히 교정을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교정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시도는 해보고 있는 중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몸부터 풉니다. 전날에 아무리 열심히 교정운동하고 헬스하고 자세 바르게 해서 몸이 좀 편해졌다가도 다음날 자고 일어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서 무조건 몸을 풀면서 틀어진 몸을 조금이라도 바로 잡아줘야 합니다. 스트레칭과 각종 교정 동작들을 해주면서 굳은 몸을 풀어주면서 아침을 시작합니다. 밖에 나가서 걸을 때도 균형을 잃지 않도록 걷는 자세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다른 생각도 하지 않고 저는 항상 걸어 다닐 때 자세만 신경 씁니다. 그렇지 않으면 금방 불균형한 자세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화장실 들릴 때도 스트레칭을 꼭 해주고 나옵니다.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바로 스트레칭을 하고 헬스장을 갑니다. 측만증을 가지신 분은 아시겠지만 헬스장에서 남들처럼 운동할 수 없습니다. 그랬다간 측만증이 더 심해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헬스장에서 대부분의 운동을 편측으로 진행하고 꼭 프리웨이트를 꼭 껴서 운동을 합니다. 좌우 힘의 강도가 다르고 근육의 형성 또한 달라져있기 때문에 편측으로 운동을 진행하여 좌우 밸런스를 맞춰주고 프리웨이트는 코어와 협력근들을 강화시켜 주기 때문에 몸의 밸런스를 맞추는데 도움이 됩니다. 교정을 하기 위해서 헬스를 하는 것도 있지만 운동을 좋아하고 이왕이면 몸도 만들고 싶어서 현재 나름 일반인기준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몸을 만들었습니다. 운동을 끝나고 와서도 스트레칭을 하고 거의 스트레칭을 달고 삽니다. 그리고 제가 하는 스트레칭은 단순히 우리가 아는 운동을 하기 전에 하는 스트레칭이 아닌 교정을 위한 동작들이 대부분입니다. 남들 눈에는 좀 과하다 싶거나 이상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평범해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지금까지도 멈추지 않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운동신경도 좋아지고, 이러한 제 몸의 특이점을 통해 인간의 신체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됐고 다른 분야의 일을 할 때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통해
측만증을 가지고 있거나 측만증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도움이 되었든 안되었든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시면서 새로운 정보를 얻으셨다면 그것 또한 저에게는 의미 있는 글이 될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